아무런 감각이 없는 나


감각을 상실했을 때 죽은 사람이다.
한동안 무얼 해도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는다.
한 몇 년 된 듯하다.
사람들과 있을 때 웃기는 웃는다만, 마음이 공허하다.

일을 해도 열정이 생기지 않는다.
하긴, 여태 살아온 인생에서 열정 가득했던 때가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니-
나 왜 이렇게 살고 있니.

무기력하다. 흠.

만날 아프다고 하는 사람


1. 지인 중 나보다 나이가 많은 그는 나뿐만 아니라 만나는 사람에게 만날 아프다고 한다. 선천적으로 아프기도 하지만, 또 현재도 아프기도 하지만 단 한번도 "괜찮다"란 이야길 들어본 적 없다. 처음엔 그 분을 이해하려 수 년간 그의 입장에서 생각했다.

이제 뭐랄까. 우는 소리로 들린다.
우는 소리로 느끼기 시작한 것은 "왜 내게 전화 안 하냐" "나 보러 왜 서울에 안 오냐" "뭐 사달라" 등 자기 중심의 말을 내가 인지하기 시작할 즈음이다. 내가 지방으로 세 번 이사할 동안 나를 보러 내려온 적이 있었나. 이 부분도 몸이 아프니까 넘어가자고 생각하지만 내심 언짢다. 본인이 제3자에게 남 이야기한 게 탄로났을 때 오히려 그 이야기를 듣고 전달한 사람을 탓할 때 조금은 언짢았다. 그 사람 말대로 말을 옮긴 사람에게도 문제가 있었지만, 어쨌든 1차적으로 말을 옮긴 당신이 잘못한 건데-

통화만 하면 자기 힘든 것밖에 이야기하지 않는다. 그래서 요즘은 통화하기도, 문자하기도 꺼려진다. '당신 아프니까'라고 이해해주어야 할 부분도 있지만 너무 그 부분을 내가 받아들여야 한다고만 강박적으로 생각한 듯하다. 그래서 조금씩 거리를 두려고. 그리고 남 이야기할 때 무조건 그 분을 옹호했지만, 생각해보니 이런 나도 잘못했다. 그래서 분기마다 "우리 남 이야기하지 마요. 우리 이야기만 해도 시간이 모자른데"라고 잘라 말했지만, 그때뿐이다. 거리를 두려고 그 분과-


2. 또 다른 지인은 나와 동갑내기다. 해로 따지면 1살 적지만, 그가 빠른 생일이기에 학년으로 같다. 이 사람은 올해 1월 내가 사는 지역으로 이사 왔는데, 그 전에 같은 직장의 동료였다. 무심한 성격인 그는 아주 친한 친구 외에 사람들에게 먼저 연락하는 법이 없다. 그러다가 자기가 듣고 싶은 말이 있을 때 혹은 필요할 때만 사람을 찾는다. 난 그런 성향을 지난해부터 알기 시작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사할 즈음 내게 전화를 하는 그. 추운 겨울인데도 발품 팔아가며 함께 집을 봤다.

이사온 후로는 연락을 끊는다. 섭섭하면서도 괘씸한 그런 감정이 든다. 그 사람 성격 알면서도 말이지. 내가 다가가려 노력했다. 그 아이 고민을 듣고, 반찬도 옷도 가져다 주고. 또 너무 부담될까봐 쉬기도 하고. 그런데도 여전히 그와 나의 심리적 거리감은 좁혀지지 않는다. 그냥 그 사람을 없는 존재로 여기면 되는데 난 안 되네.

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. 그리고 사람을 바꿀 수도 없다.
이 두 사람을 보면서 내게도 '너무 받아주기만 하는' 성향을 발견했고, 이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도 발견했다. 내가 계속 받아주기만 한다면 이들에게 느끼는 내 감정 또한 그대로이겠지.

누군가가 조언했을 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열을 내는 건 감정소모다. 저들에게 나름 애정 어린 조언을 했지만, 반응이 "그래서 뭐?" 이렇다.

결론은 거리를 두기로 했다. 더 이상 좋지 않은 감정으로 나를 지배하고 싶지 않다. 그냥 너는 너, 나는 나.

성향이 달라도 서로 대화가 되는 사람들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고 배우련다. 그 사람들이 더 많으니까. 소수의 불쾌감으로 나를 힘들게 하지 말자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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